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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시위에서 얻은 교훈
칼럼위원---이수원
[2019-11-01 오후 5:54:00]
 
 
 

남아메리카 북서쪽에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하는 에콰도르라는 나라가 있다. 캠핑카로 에콰도르를 여행하는 중에 유가보조금 보조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흙으로 도로를 봉쇄하여 이틀 동안 막혀 있다 풀려난 적이 있다. 이번 시위는 에콰도르에서 40년 만에 일이다. 에콰도르는 전체 수출에서 농산물이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농업 위주 국가였다. 1973년 이후 석유가 생산되어 석유수출국기구 회원이 되었고 우리나라도 에콰도르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원유가 생산되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름 1갤런(약 3.6리터)에 1달러를 보조해 주고 있다. 최근 정부 재정 적자가 커지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자, 국제통화기금에서 융자를 받으면서 유가보조금 폐지를 약속하였다. 대통령이 유가보조금 폐지를 발표하자 이에 원주민들이 유가보조금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며칠 전에는 칠레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내 교통비 50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성난 원주민들이 지하철역에 방화하고 상점을 약탈하는 일이 벌이고 있다. 이웃한 볼리비아도 대통령 선거에 불만을 품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벌어진 시위는 주로 원주민들이 주동이 되고 있다. 원주민들이 벌이는 시위에는 백인들에 의한 뿌리 깊은 차별이 자리 잡고 있다. 남미는 스페인이 15세기부터 식민 지배를 하였다. 18세기에 아르헨티나 사람인 시몬 볼리바르와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산 마르틴이 독립 운동을 벌여 남미 국가들은 차례대로 독립하게 되었다. 이들은 남미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독립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모두 스페인계 백인들이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나라들은 백인들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남아메리카 여러 나라들은 독립을 이룬지 수백 년이 지난 현재도 지배 계층은 백인들이다. 소수의 백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대다수 원주민들은 아직도 차별 속에 살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호텔에서 청소를 하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콜롬비아에서 견학을 간 커피 농장 주인은 백인이고,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경사지에서 커피를 재배하거나 수확하는 사람은 전부 원주민이다.
이외에도 목장이나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백인이고, 이들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원주민이다. 과거에 백인들이 운영하던 아시엔다로 부르는 농장에서 일하던 원주민이 해방되자 이를 개조하여 만든 숙박업소가 많다. 이 숙박업소 주인은 백인이고 종업원은 대부분 원주민이다. 시위대에 필자와 함께 갇혀 있던 많은 트럭 기사들도 두말 할 필요 없이 대부분 원주민들이었다. 임금이 적은 탓인지 떨어진 옷을 입고 있고, 이틀 동안 음식을 사먹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까이 있는 기사들에게 라면을 몇 개 끓여 대접하니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주민 시위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도 조국 사태로 몸살을 앓았는데 진영 논리를 내세워 시위를 한다. 현 사태는 진영 논리로 볼 논제가 아니다. 시위 논제가 잘못 되었다. 재판 결과를 봐야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조국 가족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정한 절차를 어겼다. 좋은 부모를 두지 않은 많은 젊은이들은 차별을 받은 셈이 될 수 있다. 필자도 젊은 시절에 학술지에 기고할 논문 한 편 쓰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실험이나 검증을 하고 작성하였다. 그래도 학술지에 게재하려고 신청하면 수정 의견을 받거나 아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며칠 연구에 참여하고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이다. 오늘도 새로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연구실에 밤새워 연구에 몰두하는 많은 젊은이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이번 사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묵시적인 답을 준 셈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이 바로 공정과 정의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온갖 정보를 활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남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고위층이나 부유층들은 자기 지위나 경제력으로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경제력이 12위인 경제대국이다. 남미에서 거리를 누비는 한국 자동차, 많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국제 스마트폰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이제 공정과 정의를 구현하여 차별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편집국(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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