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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나를 숙련시킨 또 다른 스승”
前 정당 연수원교수 이재갑
[2019-04-23 오후 2:23:00]
 
 
 

[신문의 날 출향독자 특별기고] 


어떤 연유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읊었는가는 차치(且置)하고 4월이야말로 모든 생명체들이 겨우내 웅크렸던 억눌림에서 ‘약동하는 달’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않을 것이다. 온갖 꽃 활짝 피고 새소리 각색인 청명 곡우절기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현란함을 보면서 ‘4월은 가장 역동적인 달’이라 정의함은 인지상정이요, 하나 더 추가한다면 불의와 부정에 몸 던져 항거했던 ‘거룩한 의거의 달’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4월은 영 그런 기분이 아닌 것은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머슴으로 부름 받은 여야정치인들이 참회와 개선은 커녕 오로지 ‘너는 잘못되어 죽더라도 나만 살기위한’ 정쟁으로 소일하는 행태가 가관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은 3년전, 한 지붕식구끼리 가짜 박 진짜 박, 친 박 비박나누기경연대회에다 지도부핵심이면서 국민눈높이는 고려치 않고 자기입맛대로 허구 헌 날 아스팔트위에서 데모나 운운하며 입 놀린 대가로 헌정사 최대의 오욕(汚辱)을 당했으면서도 그 패인을 망각한 듯 ‘정치보복타령’ 만하더니 뜬금없이 ‘5·18망언을 터트려 지지층들까지 아연케 하는 와중에 군대도 못 간 분이 대표가 되더니 망언관련자 수습은 커녕 한술 더 떠서 ‘80년대 운동권을 뿌리 뽑아야’라고 잠재적 소신을 토로했으니 자승자박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름은 나뿐일까?
청와대 보좌진들은 더 한심하다. 교체될 장관·법관 추천한답시고 내세운 후보들 행적이 청문회를 통해서 공개되는 것만도 ‘자기들만의 은밀한 투기’ 등 도덕성 자체부터 구역질 날 지경이다. “추천하심은 크신 은혜이오나 저는 아니 옵니다”사양은 커녕 ‘전세살기 싫어서, 넓은 집이 필요해서’라는 외양간에서 여물 씹던 소가 웃을 거짓부렁이도 부족해서 ‘아내가 나모르게 한 것’이라 책임 전가에다 ‘나 모르게 남편 혼자 한 일’이라고 자기들만의 오만작태로 서민의 분노를 자극, 기고만장하는 데는 기가 찰 일이다. 점입가경인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잘못됨을 정확히 지적하는 언론에게 “장관업무수행에 그게 무슨 문제며 국민 눈높이와 다를 게 뭐냐?”고 적반하장의 악취를 토해 찬란한 계절의 향기를 여지없이 함몰시키는 뻔뻔함으로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음’을 상기시켰으니 4월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음은 나뿐이 아니리라. 여담이지만 올해 4월의 소회가 서글픔을 넘어 잔인하게 와 닿는 또 다른 사연은 기산 산정리에서 출생했고, 기산국교·서천중·장항농고 동기에다 그는 일찍이 장항읍 등 서천군 공무원으로 출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상이용사로 귀국후 총무처를 거쳐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한 박종인 장로가 지난 10일 이승을 떠나 12일 오후 서울동작 국립묘지에 영면케 되었다. 더구나 건강했던 친구의 타계 원인이 앓다가 떠난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 정원수 전지작업을 하던 근로자를 돕느라 파월부상 불편한 다리로 의자에 올라 일하다 넘어지면서 당한 참사였으니 저승 가는 길까지도 남을 배려했던 그의 삶은 꽃향기 만큼이나 착한 교회장로였다.
서천중학교에 입학해서 들길을 지나 길산천 신작로길로 7~8km 걸어 통학하던 시절 그때 날 지탱해준 지팡이가 바로 신문이었음이 떠올랐다. 우리 고향 제헌 국회의원인 이훈구 박사님 생가가 우리 집 아래인데 동생 되시는 분이 이제 막 중학교에 진학한 나를 부르시더니 “너, 낼부터 학교 파하면 읍내 사거리 신문지국에 들려 신문 좀 가져 오너라” 보통 가정에선 흔치 않은 무보수 신문배달 특수업무를 내게 선물하신 것이다. 그 후 학교 수업 끝나면 신문지국으로 달리는데 늘 종인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왔던 건 함께 신문을 읽는 재미 때문이었다. 우리 둘에게는 신문지국에서 들고 나오는 신문이 또 다른 학교와, 학교 밖 선생님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하굣길 다리 아프면 신작로 논두렁에 철퍼덕 주저앉아 해가 지도록 신문기사 거의 모두를 가슴에 쑤셔 박았으니 중1때는 자유당독재의 단발마적 만행과의 투쟁 기사를, 중2때는 3인조 3·15 부정선거와 4월 혁명과정을 배웠던 사춘기시절, 나는 60년 그 해 서천극장에서 펼쳐진 웅변대회에 출전, 손가락 물어뜯어 혈서로 ‘학생의 피 값을 보상하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중3때는 5·16쿠데타 헌정중단에 당황하면서도 우리 함께 장항농고 진학해선 1학년 때부터 장준하 선생이 엮어냈던 사상계를 정기구독 신청, 선생님이랑 돌려보기도 했다.
이렇게 신문은 나를 가르치며 숙련시켰고 더러는 구속, 분개시키던 반려자였다. 그래서 일찍이 미국의 토머스제퍼슨 대통령이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설파 했던가보다. 그렇다. ‘한시대의 언론자유는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척도’ 임을 그는 웅변했으리라.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축하연에 처음으로 참석해서 ‘언론과 언론인을 두려워하자’는 취지의 축사를 하신 신문기사를 통해 알았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강조하던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귀를 닫고 재갈 물리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보도를 매국행위로 규정했다’고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질타하는데 마이동풍인게 안타깝다.
국민의 소리를 즉 언론, 언론인의 지적을 묵살하고 외면하는 대변인, 정당, 대통령은 그들이 국민을 버리기 전에 국민이 먼저 그들을 버린다는 준엄한 헌정사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월 달력을 보노라면 날자 밑에 4·3 희생자 추념일 부터 28일 충무공 탄신일까지 이런저런 기념일에 청명·곡우절기까지 무려 18개나 표기돼있다.
나는 그 중에 해마다 4월이 오면 7일 신문의 날과 4.19 의거와 충무공 탄신일을 어릴 적부터 잊지 않았다. 올해 신문의 날엔 나이 마흔에 백악관 대변인을 맡아 퇴임시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란 칭송을 들었다는 조시 어니스트가 2년 전 대변인을 마치면서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비판)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알아차린다.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바로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이자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그건 여러분이 결코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아내에게는 “내 성공에 누구보다 크게 기여한 사람이 있는데 그건 내 아내다. 실수를 하면 그녀는 주저 없이 내게 충고했다. 다음날 내가 제대로 해냈다면 그건 아내의 충고를 따랐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의 인내, 의리, 조언, 모든 게 당신덕분이야” 이 글을 적은 기자는 “대통령의 입, 대변인의 격은 곧 대통령의 격이다. 대한민국 대변인, 대통령의 입, 부디 명심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으니 나보다는 기자들이 조석으로 성찰해야 될 어록이리라.
그리고 올해 신문의 날에는 특별히 ‘창간 30주년을 맞는 서천신문’이 설정한 연중기획 “긍정의 힘으로–서천을 밝게”를 눈으로 읽어 귀에 담아서 삶의 열정으로 충전, 고향 위한 기도를 더 많이 하겠다고 다짐했음도 고백한다.
“새해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위기를 맞아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세운다)의 자세로 ‘서천’ 이라는 공통분모가 골고루 혜택 받는, 더 큰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찾아 고민 해야겠다”는 서천신문 강신설 발행인의 금년 신년사를 다시 꺼내 정독했다. 신문과 기자는 나에게 힘이요, 스승이기 때문이며 고향신문을 가까이 하면 고향의 다른 게 보이고 더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신문보기를 권장하는 계도야말로 우리 미래의 가능성을 키우는 자산이요, 고향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구독은 우리가 태어나 배우고 자란 고향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는 첩경임을 감히 확언해 본다. 4월 곡우 절기 스승역할 해준 고향 서천신문과 먼저 하늘가서 뒤에 갈 내 자리를 잡아 줄 친구 종인의 모습을 맘 속 깊이 보듬으련다.

편집국(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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