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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 합격의 의미
칼럼위원 박상규 서천군 산림경영팀장
[2019-11-26 오전 10:30:00]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 행정고시 합격자 270명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초S급 엘리트 인력들이다’ ‘이들은 그냥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같다’ ‘난 7급 합격했는데 행시는 신의 영역이라 부러운 것 보다 그냥 경이롭고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며 정말 어려운 자리를 통과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5급 사무관은 통상 9급 공무원에서 출발하면 20년 늦으면 30년이 넘어야 갈 수 있는 자리이고 또한 올라가지 못하고 퇴직하는 공직자들도 다수이다. 이러한 행정고시에 이번에 23살 최연소 합격자가 배출 되었고 우리 지역의 서천고 출신 송해훈 씨가 합격하기도 했다.
물론 조선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의 과거시험은 갑, 을, 병과로 나누어지고 그중 갑과에서의 일등을 장원급제(壯元及第)라 했다. 양반이나 그들의 자녀들은 누구나 과거 급제의 꿈을 꾸었고 이는 입신양명하는 길이며 부모와 조상들에게 효도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는 양반의 신분을 물려줄 수 있는 수단중의 하나였다. 그러기에 양반 가문의 남성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과거 급제의 길은 피할 수 있는 선택이며 숙명이었던 셈이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시대라고 해서 경쟁률이나 시험의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닌 오히려 지금보다 힘든 과정이었다. 조선 500년 역사에 과거 시험의 문과, 지금으로 말하면 행정고시 합격의 영예를 누린 것은 연평균 약 30여명에 그쳤고 그 아래 단계의 시험인 생원·진사시의 합격자도 한해 평균 100여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생원과 진사시 조차도 전국 100등 안의 실력이 있어야만 관직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관직 외에는 입신 양명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시대를 생각하면 참으로 험난한 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율곡 이이처럼 ‘구도장원(九度壯元)’이라고 하여 과거급제를 넘어 각 분야별 아홉 번의 장원을 한 조선시대의 천재도 있었다. 그런 그도 처음부터 합격한 것이 아닌 몇 번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고 이 때문에 과거시험을 위한 공부는 ‘고난의 가시밭 길’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이러한 힘든 고난의 과정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나 당시에는 신분 사회로서 양반 가문만이 시험을 볼 수 있었고 지금은 누구나 기회가 평등 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자신과 집안의 입신 양면을 위해 관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복잡 다양한 사회에서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역할은 큰 틀에서 보면 다른 것이 없지만 장차 국민 속에서 국가를 이끌고 나아가야 할 일꾼으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
삼성전자나 SK등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똑똑하고 머리 좋은 인재들이 들어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기업의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고시에 합격하여 공직에 입문한 인재들은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핵심 브레인 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일상들은 이러한 정책의 결과물이다.
지방정부인 시·도나 시·군에서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방침이나 정책 결정의 산물이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역할은 장관이나 국회의원, 혹은 청와대 등이 아닌 대부분 정부 각 부처에 자리하고 있는 고시 출신들이 입안하고 다듬어진 다는 사실이다.
물론 국회나 외부 전문기관, 때로는 언론 등에 의해 다듬어질 수 도 있지만 기초를 만들고 집을 짓는 최종 과정은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업의 이익과 손실 차원이 아닌 전 국민에게 수혜 또는 피해가 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정자치부에서는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배치 시 바로 부처에 배치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읍·면이나 시·군 또는 시·도 등에 배치하여 이들이 장차 국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때 지역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한다.
정책 실패로 인한 예산 낭비와 국민들의 불편, 그리고 따가운 질타의 경우를 보아온 만큼 이번 행정고시에 합격한 인재들은 개인의 명예와 더불어 국가의 부름을 받은 인재중의 인재인 만큼 축하와 함께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남들보다 20~30년 앞선 인생 출발한 만큼.

편집국(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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