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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의 핵심가치는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

칼럼위원 김시권

기사입력 2022-04-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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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조금 떨어진 외딴곳에 배나무집 할머니와 감나무집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배나무집 할머니는 80대 후반으로 홀로 거주하고 있다. 몸이 불편하여 간신히 보행보조기를 의지하여 걸을 수 있지만 간단한 일상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었다. 감나무집 할머니도 홀로 거주하고 있지만 70대 초반으로 신체가 건강한 편이다. 외딴곳에 두 집 밖에 없어서 배나무집 할머니와 감나무집 할머니는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배나무집 할머니에게 형님’ ‘형님하며 매일 배나무집 할머니네 집에 마실가서 담소도 나누고 밭에서 주워온 시래기로 된장국도 같이 끓여 먹으며 오손도손 지냈다. 가끔은 다리가 불편한 배나무집 할머니의 휠체어를 끌며 산책도 다니고 읍내에 나갈 때는 배나무집 할머니를 위해 부식거리도 사다드렸다. 어느 날이었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볼일이 있어 면 행정복지센터에 가게 되었는데 면 사회복지사가 감나무집 할머니를 불러서 이야기하였다. “할머니! 배나무집 할머니 옆집 사시죠? 요즘 동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말벗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어차피 배나무집 할머니댁 옆집 사시니까 가끔 가셔서 말벗만 해드리면 군에서 한 달에 27만원씩 드릴 수 있어요. 한번 신청해 보지 않으실래요?” 감나무집 할머니는 괜찮다는 생각에 신청서를 쓰고 집에 돌아왔고 몇 달이 지났다. 이후 평소와 같이 배나무집 할머니 집에 마실 다니던 중 하루는 배나무집 할머니가 이상하게 감나무집 할머니에게 집안일을 이것저것 시키기 시작하였다. “청소도 해놔라, 밥도 해놔라.” 하면서... 감나무집 할머니는 이상다고 생각해 배나무집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니 형님 왜 저에게 이렇게 일을 시키세요?”라고 하니 배나무집 할머니가 자네 우리집에 왔다갔다 하면서 군에서 27만원씩 받는다며?” 돈을 받으니 그 만큼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야?” 감나무집 할머니는 너무 서운한 마을이 들었고 그 동안 배나무집 할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배나무집 할머니 집에 더 이상 가지 않았고 이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 옆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홀로 남겨진 배나무집 할머니는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혼자 활동하기 어려워진 배나무집 할머니에게 사회복지사는 후원물품을 가져다주고 밑반찬서비스와 요양보호서비스를 신청해 주었다.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는 외딴곳에서 혼자 지네는 배나무집 할머니댁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면 배나무집 할머니는 너무 고맙고 좋았다. 그래서 요양보호사가 집에 오면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어 물을 끓였다. 이것을 본 요양보호사는 할머니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그러다 낙상이라도 하시면 큰일 나요. 커피는 제가 끓여 먹을 테니 그냥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계시는 게 절 도와주는 거예요.” 이후 배나무집 할머니는 무기력한 생활이 지속되었고 밥먹고 텔레비전보고 자고 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배나무집 할머니는 몸이 점점 안 좋아졌고 치매증상도 있어 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었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후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배나무집 할머니를 돌봐주는 사회복지사가 할머니를 돌봐 줄 때면 자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계속해서 같은 이름을 부르는 할머니의 절실함에 할머니가 입소 전에 살고 있던 마을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고 누구 이름인지 물어보았다. “!! 전에 배나무집 할머니 뒷집 살던 감나무집 할머니인데 옆동네로 이사갔어요.” 요양원 사회복지사는 옆동네에서 감나무집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요양원에 방문해 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다음날 감나무집 할머니가 요양원을 찾았고 배나무집 할머니를 만났다. 배나무집 할머니는 감나무집 할머니를 부등켜 안으며 말했다. “내가 미안하네 나를 용서해 주게. 전에 자네와 같이 끓여 먹었던 시래기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자네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어.” 두 할머니는 부등켜 않고 한참을 울었고 감나무집 할머니는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갔다. 1주일 후 감나무집 할머니는 요양원 사회복지사의 전화를 받았다. 배나무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사회복지사를 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해주는 이야기인데 사회복지서비스 지역사회 안에 발현될 때 물론 긍정적인 케이스들도 많겠지만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이미 배나무집 할머니와 감나무집 할머니는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서로 상부상조하며 보이지 않게 자연스러운 관계 안에서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배나무집 할머니는 이웃에게 존중받으며 관계 안에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고 있었고 감나무집 할머니는 자칫 외로울 수 있는 홀로 사는 노년의 삶에 든든한 형님이 있어서 늘 힘이 되었다. 그런데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복지서비스가 공동체를 해치는 서비스가 됐고 밑반찬 서비스, 요양보호서비스 같은 사회적비용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서로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냥 나뒀으면 좋았을 걸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다. 사회복지사업은 공생성을 살리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해치지는 말아야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배나무집 할머니가 혹시나 낙상하실까 걱정되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어르신에게 가만히만 있으라는 말은 죽을 날짜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고 같다. 노모를 둔 청년이 엄마, 나 왔어! 발씻어줘! 밥차려줘.”하는 것과 어머니, 편히 쉬세요! 밥 다 알아서 해 드릴께요. 청소 다 알아서 해 드릴께요, 여기 아랫목에 누워계세요.” 하는 것 중 누가 효자일까? 편리함에 대한 의존는 능력을 잃게 한다. 자생성을 살려야 한다. 하실 수 있는 만큼 자생하게 하고 자주 하도록 도와야 한다. “편히 누워 계세요.”라는 말은 자칫 평생 누워 계세요.”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업은 자생성을 살리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이 중시하는 핵심가치는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이다. 무엇보다도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생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강점, 당사자의 인간관계와 지역사회의 이웃관계에 특히 중점을 두어 살펴야 할 것이다.

 

기자 (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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