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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5-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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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소리

칼럼위원 허재환

기사입력 2022-05-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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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스러운 시골집에 살면서 느끼는 행복은 아침에 창문을 열면 새들이 가까이 날아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까치와 참새 등 몇 종류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서천에서는 물까치, 박새, 딱새, 쑥새, 오목눈이, 어치, 두견새 등 도시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새소리가 넘쳐 난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금강하굿둑에서 겨울을 나는 가창오리 소리까지 덤으로 듣고 있다.

새들은 대부분 목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나 몇몇 종류는 부리를 부딪쳐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새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시기는 봄철에서 초여름으로 짝짓기를 하여야 하기에 짝을 찾는 구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새소리는 아름다운 노래(song) 소리로 들린다.

새소리를 듣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해뜨기 한 시간 전이다. 새벽에는 공기 밀도가 높아 소리가 열 배나 멀리가기 때문에 새들은 이 때를 이용하여 구애활동을 한다. 그래서 새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되도록 새벽이나 오전에 숲을 찾는 것이 좋다. 필자도 몇 년 전 순창 강천산 숲속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더 잠을 잘 수 없어 텐트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들의 합창소리였다. 새벽에 노래를 부르며 짝을 찾고 있는 수많은 새들이 나를 깨우는 게 아니라 산을 깨우는 것 같았다.

새들이 평소에 내는 소리는 영어로 콜(call)이라 하며, 적을 위협할 때 내는 소리도 역시 콜이라고 한다. 우리가 특징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새들의 노래라고 하는 송(song)이다. 가장 예쁜 새소리는 꾀꼬리 소리일 것이다. 노랑바탕에 머리와 날개깃 조금만 검은색인 꾀꼬리는 여름철새로 새끼를 낳아 길러야 하기 때문에 대체로 쌍으로 다니며, 알을 품거나 새끼를 키우고 있을 때는 민감하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새벽 산행을 계획하고 시도해보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서면 새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자주 접하게 되면 새가 마음으로 들어오게 됨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 듣기 좋은 소리를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같다고 한다.

실제로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속담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실제로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며 내는 소리를 들어보니 기대한 만큼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부터 은과 옥은 사회에서 대단히 귀중한 보물이었다. 은은 화폐로 사용되었으며, 옥은 지극히 순결하여 옥을 품에 지니고 있으면 병과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옥은 필수품이자 부자들의 명품이었다. 그러기에 은과 옥이 만나서 나는 소리는 보물과 같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성경 잠언에도 이와 비슷하게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라는 말이 나온다. 무늬를 새겨 넣은 은쟁반에 더 귀한 금으로 된 사과라고 표현하였다. 모두 소리가 지녀야 할 가치를 말하고 있다.

행복을 전하는 말(소리)은 귀중한 보물처럼 가치가 있는데, 그 기준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듣는 사람에게 소중한 말을 하여야 한다. 대부분 말은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자의적 판단에 의하여 행해지나 듣는 사람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때로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도 있다. 나를 이해하고 힘을 주는 소리는 행복을 전하는 말(소리)이다.

지난 3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기간 대부분 여야 후보는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정책 토론보다 낮 뜨거울 정도로 상대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선거전을 치렀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 더욱 정치인의 말은 매스컴을 통하여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어 정치인들이 말을 할 때는 정직한 말, 시의 적절한 말, 타인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비록 선거 기간 동안은 정책 대결로 싸우더라도 투표가 완료된 다음에는 과열된 대결 국면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경쟁한 상대 후보를 격려하고 칭찬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처럼 아름다운 말 한 마디에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새소리가 어떤 사람은 노래한다하고 어떤 사람은 운다고 한다. 같은 새소리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듣는 국민들이 어떻게 들을까 생각하고 말하여 아침을 여는 새소리처럼 우리 사회에 행복이 가득하면 좋겠다.

 

 

기자 (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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