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다 때가 있는 법이지, 마음대로 되는 게 있나.....’ 마음대로 안 될 때 마음대로 하는 위로다. 뻔히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 또는 선물이나 더러는 삶.
태풍이 오는 줄 알면서도 그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 끝을 뻔히 보면서도 그 끝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이기도 한 것이어서 돌아보면 늘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마울 뿐이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하필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눈물을 뚝뚝 떨구던 시간들조차 뒤를 돌아봐야 하는 때가 되면 다 아름다운 것이다. 떠나야 하는 시간 진작 그럴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 [문철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