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박사 김우영 교수의 한국어 이야기 (3)
삭월세 아니라, 사글세
봄은 이사철이다. 이때 동네의 부동산 유리창에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전셋값, 삭월세 o칸에 oo백원’ 이라고 써 놓는다. 우리는 이러한 내용의 글자를 대체적으로 무심히 지나친다. 그러나 가만히 확대경으로 들여다 보라? 우리말의 요용과 남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값은 물건을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나 치르는 돈을 말한다. 물건을 일정한 장소에 맡겼다가 돌려받는 돈과 사고 판 뒤 받는 값과는 다름을 알아야 한다.
전세(傳貰)는 일정한 금액을 주인에게 임시 맡기고 집이나 방을 얼마 동안 빌려 쓴 뒤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값과는 차이가 난다. 돌려받는 돈과 사고파는 돈은 거래의 종료와 시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세값이 아니고 전세돈 이라는 말이 맞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삭월세(朔月貰)라는 말도 있다. 집이나 방의 사용료를 매월 주고받는 돈이다. 그러나 이 말도 틀린 표현이다. 이때의 어법은 ‘사글세’가 맞는 말이다. 한글 표준어 규정에서는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 널리 쓰이는 말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의 하나로 시장의 상치가 본디 어원이지만 우리는 일반적 상추로 부른다. 또 강남콩을 강낭콩으로 부른다. 따라서 전세값이 아니라, 전세금과 전셋돈 또는 전세비용 이라고 불러야 맞다. 금(金) 같은 값진 한글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한글은 금이요, 로마자는 은이요, 일본 가나는 동이요, 한자는 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