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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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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內房)의 기억 -한산 세모시

조순희 /서천시인협회 회장

기사입력 2025-07-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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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이 눈부신 전설이

노래보다 긴 세모시 한 필 두르고

베틀 위에서 걸어나온다 올올이 감춘 비밀 하나쯤

서러운 옷섶에 숨겨둬도 좋을 여름이다

 

만월을 품은 언니의 은밀처럼

고요를 길게 당기는 저 식물성 웃음들

속살 한 올쯤 세모시 사이로 비치어도 좋을,

 

비늘구름

몽수로 얼굴 가리고 반걸음쯤 수줍게 비켜서는데

본 듯 안 본 듯, 시선 하나 슬쩍 털어내는 낮달

 

당신이 손차양하고 태양의 거리를 잴 때

매미의 후텁지근한 노래는

엄니의 여름을 선들선들 식혀주고 있었다

 

도투마리에 경전을 쓰며 한숨마저

실꾸리에 감아두고 살던 엄니, 아리고 쓰리던 시간

질긴 생처럼 엮이던,

씨줄과 날줄의 기억 동그랗게 펼쳐놓는데

옥빛 바람이 고운사람 한 벌 입고 저만치 걸었다

 

속눈썹 긴 고요를 들킨 저 잠자리처럼

새하얀 코고무신 속으로 깃든

나뭇잎 출렁이는 여름, 바람의 솜씨 좀 아는지

올이 긴 칠월이 한들한들 모여앉아

반쯤 너풀거리는 여름을 시침질하고 있다

 

기자 (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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