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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얼굴을 보다.

김진철 칼럼위원

기사입력 2026-08-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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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물김치를 담갔는데 맛보라고 조금 가져왔어.” “오늘 점심에 콩국수 할 텐데 와서 같이 먹자.”라고 건네는 이웃 간의 인사가 정이 있는 평화의 얼굴이다.
다음 세대는 어떤 평화를 그리고 있을까?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6월 12일 장항중학교 강당에서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청소년 평화통일 톡투유 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7월 10일 서천중학교 강당에서 ‘청소년이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지정된 11개 테이블로 나뉘어 전문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심층 토론회가 있었다.
나는 장항중학교에서 한 톡투유는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고, 서천중학교 행사는 참관했다. 그 언저리에 학교폭력 문제와 교권 보호를 위해 학교 내에 교권 보호국을 만들겠다는 뉴스와 일베적인 생각을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접했기에 청소년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었다. 그래서 토론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날 솔직히 나는 놀랐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토론했고, 그들이 제안한 남북문제와 평화에 관한 내용은 참신하고 기발하고 어떤 것은 지금 당장 실행했으면 하는 정도로 실제적이었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이런 것이다.
남북교류와 평화공존을 위해 그들은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는 남북한 학생 밴드를 제안한다. 우리는 한반도 학생체전을 제안한다. 우리는 전통음식, 전통문화 체험을 제안한다. 우리는 남과 북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남북 교환학생 제도를 도입하고 그 기간은 1개월로 하고 차차 횟수를 늘려가기를 제안한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등 공동조사를 위한 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우리는 역사 연구를 위한 공동단체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역사 왜곡 문제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독도영유권 문제 해결을 제안한다.”
톡투유에서는 나에게 통일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한 학생은“매일 삼시 세끼 먹어야 살 수 있듯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필요한 밥”이라고 표현해 공감을 얻었으며, 또 다른 학생은 “물과 기름 같은 남북을‘마요네즈’처럼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 통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8월 15일 서천문화원에서 제3회 “평화 세상 만들기-서천 사람들” 주관으로 “평화, 수다 꽃을 피우다” 톡투유 평화콘서트가 있었다. 어린이들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즐거운 평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상적인 것은 한 초등학생이 1회부터 3회까지 참석하면서 한국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자녀들과 DMZ를 다녀온 어머니는 아이들과 금강산 구경을 늦기 전에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싶다는 사람, 미군이 철수하는 날 통일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이제는 공론의 장에서 평화가 이야기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나는 평화를 그리는 서천 사람들의 모습에서 평화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진지한 토론과 제안을 보면서 다시 질문해본다. ‘평화란 무엇일까?’
우리는 평화를 말하면 전쟁을 떠올린다. 그러나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히브리어로 평화는 ‘샬롬’이다. 관계의 온전함, 조화로움이다. 완전한 충만함이다. 그런가 하면 동양의 평화(平和)라는 단어에서 화(和)는 벼 화(禾)에다 입구(口)가 합쳐진 것이다. 먹는 것의 공평함이다. 평화는 관계의 온전함에서 오는 충만한 만족과 기쁨이다. 관계의 온전함을 위해서는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 힘의 균형은 강자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강자가 자기 힘을 과시하는 일은 어리석고, 미성숙함이다. 달리 말하면 야만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서 문명의 시대에서 야만으로 퇴보한 모습을 보고 있다. 전쟁에 대해 말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전쟁하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다 망하게 된다고 한다. 이 말은 완전하지 않다. 전쟁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세르비아의 속담은 전쟁의 정곡을 찌른다. “정치인은 전쟁을 시작하고, 부자는 무기를 대고, 가난한 사람은 자녀를 제공한다. 전쟁이 끝나면 정치인들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하고, 부자들은 생필품의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녀의 무덤을 찾아간다.”
평화는 거창한 이상도, 언젠가 도착해야 할 먼 미래도 아니다. 오랜 시간 사랑하고, 기다리고, 기억한 끝에 마침내 한 사람의 얼굴 위에 내려앉는, 가장 다정한 표정이다. 나는 그 표정을 세 번의 행사를 통해 보았다. 평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 나는 그 얼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서천에서 평화의 얼굴을.
 

기자 (scsh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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