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마친 사업 중단, 손해배상·위약금 수십억원 위기
서천군이 재정 건전성 확보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이유로 관내 주요 사업을 일제히 백지화하면서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서천군은 총 550억 원의 군비 절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미 착공 단계에 들어선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 막대한 위약금 발생과 지역 건설경기 침체, 국비 반납 등 행정적·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역 정가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지역발전 인프라를 포기하는 근시안적 행정이자,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고 현 군수의 공약 사업인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예산 전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되는 모양새다.
계약 마쳤는데 ‘백지화’…수십억원 혈세 낭비 자초
서천군은 최근 11개 주요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문화예술회관 건립, 생태관광센터 조성 등 5개 사업을 중단하고 서천유소년야구장 등 2개 사업을 보류 조치했다.
실제로 서천군은 문화예술회관 건립(474억원, 군비 355억)과 생태관광센터 조성(150억원, 군비 52억), 금강하구 수상레포츠타운 조성(50억원, 군비 35억), 서천청년농부육성 및 스마트농업거점조성(69억원, 군비 34억5천), 농촌체류형복합단지조성(71억, 군비 35억5천) 등 총사업비 814억원이 투입되는 5개 사업은 중단하고, 장항아우름회관 건립(93억원, 군비 3억원)과 한산면에 추진될 유소년 야구장 조성 (50억원, 군비 35억원) 등 2개 사업은 보류하기로 했다.
문제는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당초 474억 원 규모로 추진되던 문화예술회관 신축 사업은 이미 기본 행정 절차는 물론 상세 설계와 발주, 시공업체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시공사가 결정된 상황에서 군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위약금 부담으로만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군비가 허공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예산을 아끼겠다며 추진한 중단 결정이 오히려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 혈세를 길거리에 버리는 기형적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 파장은 연계 사업으로도 연쇄 파급되고 있다. 서천군문화예술회관 건립과 맞물려 있던 384억원 규모의 서천교육지원청 신축·이전 사업마저 해당부지가 없어지는 바람에 차질을 빚게 됐다.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재생 뉴딜을 이끌 핵심 대형 프로젝트들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판이다.
소액 군비 핑계로 복지, 체육 인프라까지 ‘STOP’
행정의 난맥상은 다른 사업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총사업비 93억 원이 투입되는 장항아우름회관 건립공사의 경우, 실제 필요한 군비는 3억 원에 불과하다. 사업의 97% 이상을 지역소멸기금 등 국비로 충당하는 사업임에도 군은 이를 보류 조치했고 한산면에 추진되던 유소년 야구장 조성 사업 역시 체육계의 지속적인 건의 끝에 어렵사리 예산을 확보했으나 돌연 보류됐다. 지역 인프라 확충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시된 전형적인 ‘전임 군수 업적 지우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는 이유다.
결국 대규모 시설 투자의 전면 중단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한계 상황에 다다른 지역 건설업계와 골목상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연관 산업 전체로 퍼질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군이 아끼겠다고 밝힌 550억 원을 훨씬 뛰어넘는 경제적 피해가 지역사회 전체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부세 호재 외면… “선심성 현금 복지 위한 쥐어짜기?”
군이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 위기’ 논리 자체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부의 세수 전망에 따르면 향후 반도체 세수 확대 등에 따른 국가 교부세 증가로 서천군에 할당될 의존재원은 올해 받은 교부세 2600억원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일시적인 재정 지표만을 핑계 삼아 숙원 사업들을 대거 정리하는 것은 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저버린 처사다.
지역 정가에서는 유승광 군수의 핵심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추진을 위해 장기 인프라 예산을 무리하게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으로 당장 눈앞의 선심성 현금성 복지 공약을 이행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서천군 고위공직자 출신의 이모씨는 “미래를 위한 도시 인프라 투자를 멈춘 채 단기적 재정 지표와 정치적 치적에만 매몰된 행정은 서천군의 미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오늘만 생각하는 서천군의 근시안적 재정 운용이 불러올 막대한 피해는 결국 군민들의 불행한 미래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