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게시판 들끓는 분노, 법적 대응 예고까지… ‘공정과 원칙’ 붕괴 위기
열악한 군 재정을 아끼겠다며 지역의 숙원 사업까지 줄줄이 포기하던 서천군이 정작 군수 선거캠프 출신 핵심 인사들에게는 매년 수천만원에 이르는 군민 혈세를 안겨주는 채용을 강행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행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은 팽개친 채 선거 공신을 챙기기 위한 전형적인 ‘보은(報恩)인사’이자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비판이 공직 내부와 지역사회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서천군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신설한 5급 상당 별정직(정책비서관) 자리에 지난 지방선거 당시 군수 캠프 핵심 인사를 연이어 임용했다. 서천군에 입성한 비서실장 등 선거캠프 관련 인사만 무려 3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진기록이자, 공공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무리한 인사 강행이다.
특히 이번에 5급 정책비서관으로 임용 예정된 A씨는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 당시 활동했던 전 지부장 출신이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 유승광 군수 캠프의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핵심 인물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천군 공직 내부망(새올행정시스템) 자유게시판은 허탈감과 분노를 토로하는 현직 공무원들의 글들로 도배됐다.
한 공무원은 “선거본부장의 역할을 인정받았을지는 몰라도 이번 인사가 조직에 정말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허탈해했다. 또 다른 공직자는 “기관장이 먼저 공정과 원칙을 보여줘야지, 보은인사가 군정의 품격이 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급기야 이번 인사는 과거 자금 집행 내역을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내부 게시판에는 2004년 총파업 해직 당시 동료 공무원들이 모아준 특별당비 형태의 생계비와 퇴직금이 2007년 복직 이후 제대로 정산·반납되었는지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당시 회비를 직접 납부했던 한 공직자는 해명이 미진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군정 불신을 넘어 사법적 판단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유승광 군수 행정의 심각한 모순성이다. 유 군수는 그동안 문화예술회관 건립 포기 등 군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주요 현안 사업들을 과감히 단칼에 잘라냈다. 정작 군민을 위한 사업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포기하면서, 특정 개인이 거액의 연봉과 수당을 챙겨가는 자리에는 군민 혈세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현행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상 5급 상당 공무원의 연봉은 하한액(4,209만 9,000원)의 120%~130% 수준까지 책정될 수 있어 매년 막대한 군비가 들어간다. 주민 김모 씨는 “열악한 군 재정 속에서 주민 복지나 행정 효율성은 뒷전이고, 선거 공신 자리를 만들어 세금을 오용하고 있다”며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지면서 군정 추진력 약화는 물론 지역 사회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서천군 측은 전문성을 고려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용했다는 형식적인 해명을 내놓고 있으나, 명분도 실리도 잃은 이번 보은인사 파동으로 유승광 군정의 도덕성과 공정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는 지적이다.